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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철학 개론-퇴계 이황

by 여행하는_캠퍼 2023.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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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퇴계 이황

퇴계 이황 생가

일찍이 퇴계(退溪李滉1501~1570)는 정주 성리학의 본령이 <()>에 있음을 통견하고 있었다. 그는 말하기를, 무릇 예나 이제나 사람들의 학문과 도술에 차이가 있는 까닭은 오직 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며, <()>가 알기 어렵다고 하는 것은 개략적으로 알기 어렵다는 것이 아니라 참되게 그 오묘한 경지를 십분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라고 했다. 이를 안다는 것은 모든 사람과 모든 시대에 두루 통하는 보편성과 항구성을 지닌 진리를 소유하게 됨을 뜻하는 것이요, 본연의 순정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게 됨을 의미한다. 이를 알지 못하면 시대와 지역에 따라 학문 도술이 괴리되고 사람 사람마다 서로 융합되지 못하고 일체성을 지니지 못하게 된다. 퇴계에 있어서 이()는 지극히 허한듯하면서도 지극히 실하고 지극히 없는 것 같으면서도 지극히 존재하는 것이며, 음양 오행 만물 만사의 근본이 되지만 그 속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고 만유를 명령할지언정 결코 그 어느 것에도 명령받지 않는 본래 존귀하여 상대가 없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는 기와 섞여 하나가 되거나 혼동되는 것을 결코 용납할 수 없는 구극자 중의 구극자이다.

 

퇴계에 있어서의 이()는 곧 <소이연지고(所以然之><소당연지 칙當然之則)>으로 이해된다. 소연은 형의 우애와 동생의 공손함과 같은 것이요, 소이연은 어째서 형은 아우를 사랑해야 하며 아우는 형을 공손히 섬겨야 하는가와 같은 것인데, 소당연지칙을 <()의 실재>로 소이연지고를 <()의 근원>으로 보기도하며, 소당연을 아는 것은 성 ()을 아는 것이요 소이연을 아는 것은 천()을 아는 것이라고도 말한다. 당위법칙을 알고 근본원리를 안다는 것은 천과 인을 아는 것이 되며, 이는 그대로 왜곡 타락하지 않은 천연의 인간으로 산다는 말이 될 것이다. 이것의 경전적 표현은 치중화요, 찬천지지화육이며, 여천지참일 것이며, 이른바 천인합일일 것이다. 따라서 퇴계에 있어서는 무엇보다도 이()를 아는 것이 중요한 과제였다. 퇴계는 이를 <심여이일> 혹은 <심여이상함>으로 표현했다. 주체인 내 마음과 객체의 이()가 하나가 된다거나, 서로 머금는 경지에 이르기 위한 전통적 방법은 <거경(居敬)>이었다. 경을 위주로 사사 물물의 소이연지고와 소당연지칙을 궁구하여 침잠반복하고 완색체인하여 그 지극한데 이르고, 힘쓰는 것이 오래되고 쌓은 공이 깊어지면 하루아침에 마치 얼음 풀리듯 환하게 뚫리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참된 앎()의 경지이다. 또한 경의 자세를 한결 같이 지녀 내 안의 본연의 것과 타락 왜곡된 것을 확연히 구별하여, 아무 일이 없을 때는 존양의 공을 깊게 하고, 이미 행한 일에는 성찰의 습관을 더욱 익혀 나가면 부지중에 정일집중의 성학(聖學)과 존체응용(存體應用)의 심법()을 얻게 된다고도 하였다.

 

이처럼 퇴계에 있어서는 천인을 꿰뚫는 보편적이고 근원적인 이의 탐구가 제일의 과제였다. 그는 모든 사물의 이를 극본궁원하면 지선 아님이 없다고 했다. 따라서 사단(四端)이나 도심과 같이 순선무악한 것이 인간 본연성의 발현이라고 보려고 했기 때문에 이발설(理設)을 주창하게 되었고, 이발은 그로부터 후세에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가 이귀기천(理氣陵)이니 이수기이니 하는 다소 미진한 표현을 하는 것도 기고봉(奇高峯)과의 14년 간의 오랜 논쟁 중에 자신의 논리적 약점을 수긍하면서도 이발설을 끝내 고집한 것도 모두 순수무잡의 본연성을 확보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퇴계는 이른바 사화로 얼룩진 시대에 살았다. 정심()을 지닌 선비는 주살되고 이욕을 좇는 부허한 무리들이 득세하는 시대였기에 가슴속 깊이 겸선천하의 경륜을 품고 있어도 나아가 행도 하기가 어려웠다. 그는 70평생 거의 향리에 물러나 학문과 교육에 종사했다. 마지못해 부름에 응해 나갔어도 이내 사직하고 물러났다. 깊은 사색과 연구는 자연히 많은 저술을 남기게 했다. 편편이 모두 주옥같은 사상의 결정이지만 대표적인 것으로는 그 만년작인 <무진육조소><성학십도>가 꼽힐 것이다. 육조소는 이미 기력이 쇠잔한 노신의 충정이 구절구절 맺혀 있다. 퇴계는 소()에서 먼저 인효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성학(聖學)을 두텁게 하여 다스림의 근간을 세울 것과 경을 바탕으로 치지(致知역행()할 것, 노불 등 이학을 끊고 성심으로써 하늘의 사랑을 힘입을 것 등을 차례로 진술하였다. 성학십도 역시 필생의 공력이 모두 드러나 있는 저술이다. 그것은 대부분 옛 현인들의 글을 취선 하여 공부자의 <술이부작>의 정신을 이었고 또 취선의 기준에서 퇴계 나름의 안목이 돋보이기도 하며, 또한 선유의 해설 뒤에 자신의 설명을 덧붙여 놓아 그의 이학의 높은 경지를 엿볼 수 있게 한다. 그 스스로도 밝히고 있듯 제1도인 <태극도>로부터 <서명>, <소학>, <대학>, <백록동규(白鹿洞規)> 등 전 5도는 천도에 근거하여 인륜을 밝히고 덕업에 힘쓸 것을 권장한 것이며, 6도인 <심통성정도>부터 <인설(仁設)>, <심학(心學)>, <경재잠>, <숙흥야매잠>후 5도는 인간의 심성에 근거를 둔 것으로 일상생활에 힘쓰고 경외심을 높이고자 한 것이다. 그러나 전편에 흐르는 것은 한결같이 경(敬)사상이다. <성학십도>가 퇴계 이학(理學)의 체()라면 <무진육조소>는 그 용()이 된다고 말할 수 있다. 그 밖에 수많은 서간과 편저와 잡저 등이 있다. 서간 중에는 학문적 이론을 갖고 왕복한 편지가 많은데 대표적인 것이 바로 기고봉과의 사찰이다.

 

 
출처: 철학개론(최명관, 곽신환 지음)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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