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래그머티즘(제임스)
제임스의 철학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훌륭하게 응답하였다. 제임스는 의학연구에서 철학에 들어갔다. 그의 모든 사색과 저술을 통하여 우리는 그의 <치료적인 관심>을 찾아볼 수 있다. 그는 사람들이 과학적 진리를 터득하여 실생활을 향상시키기도 하려니와 또한 정신적으로도 풍부하고 행복스러운 생활을 하는 것을 도우려고 하였다. 그 는 이를테면 심령을 고치는 의사였다. 그리하여 프래그머티즘의 철학은 어떤 독단적인 학설에 인간의 정신이 예속하는 것을 적극반대하며, 자유롭고 개방된 마음으로 세계를 대하면서 앞길을 개척해 나아가도록 고무한다. 제임스는 어떠한 과학적 결론이든지 우주에 관한 최종적인 진리로 보려 하지 않았다.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결론이면 그 어느 것을 막론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데 인색치 않았으나, 또한 세계가 여러 가지 뜻 밖의 일로 차 있어서 여러 가지 다른 결론을 내릴 여지가 있음을 주장해 마지않았다.
초기의 여러 논문에서 제임스는 진화론을 논하여 생명이 주위 환경의 여러 세력의 작회에 의하여 위협을 받는다고 하는 다윈(Darwin)의 주장을 선뜻 받아들이면서도, 또한 다윈의 학설이 생존경쟁을 위한 여러가지 어려운 조건을 강조하고 있기는 해도 개인의 창발성에 대한 많은 여지를 남기고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 그는 결정론적 학설들을 통렬히 비난하였고, 또 인생은 살 만한 가치가 있다는 희망적 견해를 토로하기도 했다. 초기의 논문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논문인 '믿으려는 의지(The Will to Believe)에서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명중을 얻을 수 있을 때에는 그 명중을 소중히 여겨야 하며, 그러한 명중이 없고 도 결정을 지체시킬 수 있을 때에는 우리의 판단을 보류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할 때, 그리고 그 선택이 우리의 실생활에 중대한 관계가 있고 우리가 즉각적으로 결정하여 힘찬 행동에로 나아가야만 할 때, 우리는 <믿으려는 의지>를 행사해도 좋다.
제임스는 이러한 믿으려는 의지를 두 방면에 적용시켰다. 즉 도덕 문제와 종교문제가 그것이다. 도덕문제에 있어서는, 가령 우리는 친구의 진실성에 대하여 확고부동한 신념을 가질 수 있으며 이러한 신념은 큰 힘과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본다. 종교문제에 있어서는, 우리의 한정 있는 지식의 좁은 테두리를 넘는 광대한 미지의 세계에 대해서 우리가 관계하여 어떤 선택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경우, 우리는 그 광대한 미 지의 세계가 우리의 여러 가지 가치를 보전시켜 주며, 우리가 실패할 때 우리를 동정해 주며, 우리의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결국에 가서는 성공으로 전환시켜 준다고 믿어도 좋다고 한다.
그의 위대한 저서 『심리학원리』 (The Principles of Psychology)에서 제임스는 <의식의 흐름>(stream of consciousness)이라 하는 깊은 독창적 사상을 발표하였다. 의식이란 관념들이나 감각들, 혹은 이 밖의 여러 요소가 모여서 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요소들은 우리들의 생각이 추상 해낸 것이다. 전체적인 <의식의 흐름>은 그러한 모든 추상된 요소들에 앞선다. 그리고 제임스에 의하면, 두뇌가 의식을 산출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증거는 하나도 없고, 도리어 두뇌야말로 의식이 세계에 대하여 효과 있게 작용하려 할 때에 사용되는 도구라고 하는 데 대한 증거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어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우리의 손을 사용하는 것과 꼭 마찬가지로 우리는 우리의 두뇌를 사용한다. 그리고 우리의 의식은 신체의 일부인 두뇌를 도구로 사용한다.
제임스의 생각으로는 의식이란 본래 인식이나 지적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의식은 오히려 충동적이요, 정서적 내지 정열적이요 또 그것이 진행하고 있는 동안은 내내 의욕적이다. 제임스는 의지작용이 인식과 심지어 지각을 지배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서 그는 "지각과 사고가 의식 속에 있는 것은 오직 행동을 위해서다"라고 말하였다. 의식에 대한 이와 같은 생각으로 미루어 보아 제임스 가 의식이란 현상을 전체적 상황에서 파악했음을 알 수 있고, 또 인간의 정신이 이성이나 지식의 결정적 지배 아래에 있다고 보는 주지주의(主意主義)적 입장을 취했음을 알 수 있다.
제임스의 명저 「프래그머티즘』은 1900년에 나왔다. 이즈음 그의 사상을 대중에게 알기 쉽게 전달해 주는 것이 크게 요망되었다. 이 저서에서 그는 프래그머티즘의 원리와 여러 가지 철학문제에 대한 그 적용을 재치 있는 명문으로 재미있게 전개하였다.
제임스에게 있어서는 이론들은 수단이요, 관념들은 행동의 계획이다. 그리고 변화하는 세계에서는 과거의 최선의 공식들도 끊임없이 재검토되고 재보강되고 재구성되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는 누구나 과거에 누적된 진리에 의지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우리가 이 진리들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 새로운 사실들을 파악하되 열린 마음으로 밝은 추측들을 수정하며 또 새로운 진리를 추가해 가지 않는다면 밝은 진리는 죽은 말 재롱의 무더기가 되고 만다. 생각한다는 것은 행동의 준비다. 영원절대의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세계는 절대적으로 선한 것도 아니요, 절대적으로 악한 것도 아니다. 세계는 선한 것과 악한 것의 복합체요, 그러기 때문에 세계는 개선(improvement)이 가능한 것이다. 이것이 그의 개선관(meliorism)인데, 여기서도 우리는 그의 희망적·미래지향적 세계관을 찾아볼 수 있다.

출처: 철학개론(최명관, 곽신환 지음) 창
'철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철학 개론-아우구스티누스 (1) | 2023.02.27 |
---|---|
철학 개론-헤라클레이토스 (0) | 2023.02.27 |
철학 개론-프래그머티즘 (0) | 2023.02.25 |
철학 개론-변증법적 유물론(마르크시즘) (0) | 2023.02.24 |
철학 개론-율곡 이이, 송시열 (1) | 2023.02.23 |
댓글